3일짜리 관문이 첫날 저녁에 뚫렸다

어제 글에서 약속했다. 첫 3일은 딱 하나만 확인한다고. 빈 껍데기 부품이 일단 꽂히는가. 3일 뒤에 결과를 들고 오겠다고.
3일이 아니라 저녁에 다시 왔다. 꽂혔다.
인생 첫 Rust 설치부터 껍데기가 꽂히기까지, 40분
순서는 이랬다. Rust 설치(인생 처음이다). ZeroClaw 소스 빌드. 빈 껍데기 플러그인 작성. 설치. 그리고 로컬 AI한테 "그 도구 한번 써봐"라고 시켰더니 이게 돌아왔다.
Hello from the WASM component, Claude! The shell plugs in.
내 부품이, 별 32,000개짜리 남의 기계 안에서, 처음으로 말을 했다.
중간에 함정이 하나 있긴 했다. 설치 프로그램이 주는 완성품 바이너리에는 플러그인 기능 자체가 안 들어 있다. 소스를 받아서 특정 옵션을 켜고 직접 빌드해야 플러그인을 꽂을 구멍이 생긴다. 문서 구석에 적혀 있어서 망정이지, 모르고 완성품에 꽂으려 했으면 "그런 명령어 없는데요"만 보고 하루를 태웠을 거다.
고백하자면 Rust 코드는 대부분 AI가 썼다. 나는 방향을 정하고, 문서를 들이밀고, 결과를 검증했다. 어제 글에서 "톱질은 AI가 하니까 문제가 아니다"라고 썼는데 정말로 그랬다. 문제는 늘 톱질이 아니라 설계도를 고르는 쪽이다.
내친김에, 진짜 데이터까지
껍데기가 꽂혔으면 3일차까지는 놀아도 된다. 근데 손이 근질거렸다. 다음 관문은 "플러그인이 바깥세상(블록체인)을 읽을 수 있는가"였고, 어차피 언젠가 넘어야 할 벽이었다.
대상도 이날 정했다. 솔라나 대출 서비스 중에 Kamino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만 유일하게 주소만 넣으면 대출 상태를 돌려주는 공개 창구가 있다. 경쟁 후보였던 다른 서비스는 개발자 도구를 깔고 체인을 직접 해독해야 한다. 내 플러그인은 모래상자 안에서 돌아가는 처지라, 창구 있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부품에 통신 능력을 붙이고(권한을 선언해야만 바깥에 나갈 수 있다 — 이 모래상자 설계는 볼수록 마음에 든다), 다시 AI한테 시켰다.
Kamino main market snapshot (58 reserves):
- EURC: supply APY 2.27% / borrow APY 4.88%
- USD1: supply APY 2.52% / borrow APY 4.68%
- USDC: supply APY 0.00% / borrow APY 5.50%
...
이건 예제 데이터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의 진짜 시장 숫자다. 내 첫 Rust 부품이 AI 비서 안에서, 모래상자 밖으로 허가받은 창구 하나만 열고, 라이브 블록체인 시장을 읽었다.
남은 건 리스크가 아니라 노동
이틀 전 AI 판정문은 "제일 큰 위험은 부품 규격"이라고 했다. 그 위험이 오늘로 사라졌다. 남은 일은 위험하지 않고 그냥 많다. 지갑이 위험해지면 알려주는 진짜 파수꾼 로직을 옮기고, 아침마다 자동으로 울리게 하고, 내 진짜 지갑에 물려서 매일 쓴 기록을 쌓는 것.
일정표에는 이 일에 3일이 잡혀 있었다. 이틀이 통째로 남았다. 이 여유는 저금해뒀다가 분명히 어딘가에서 꺼내 쓰게 될 거다. 원래 계획은 그러라고 여유를 두는 거니까.
진행 상황은 공개 캘린더에 실시간으로 줄이 그어지고 있다.
이 글은 개인 개발 기록입니다. 특정 서비스·토큰의 홍보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