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했던 전략이 백테스트에서 깨졌다
이 글은 개인 운영 기록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특정 종목의 추천이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고,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각자에게 있습니다.

저번 글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작게 틀리고 크게 맞는 게 데이터에서도 진짜 통하는지, 그것만 확인하면 이 시스템은 완성이다."
그 확인을 오늘 했다. 그리고 틀렸다.
그렇게 믿었던 이유
피라미딩은 논리가 예뻤다. 신호가 뜨면 먼저 소액만 보낸다. 정찰병이다. 틀리면 정찰병만 잃으니 손실이 작다. 맞아서 확인되면 그때 본대를 보낸다. 작게 틀리고 크게 맞는다. 오닐이 백 년 전에 정리한 방식이고, 나도 머리로는 완전히 납득했다. 저번 글에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정찰병이 깃발을 꽂은 뒤에야 본대가 언덕을 오르는 그림.
그래서 이건 형식적인 확인 절차라고 생각했다. 이미 맞는 걸 데이터로 도장만 찍는 거라고.
데이터는 정반대를 말했다
같은 신호 44개에 두 방식을 붙여 봤다. 하나는 신호가 뜨면 배정한 돈을 한 번에 다 넣는다. 다른 하나는 피라미딩. 소액으로 시작해서 2% 오르면 추가하고 4% 오르면 또 추가한다.
일괄매수가 이겼다. 그냥 이긴 게 아니라, 피라미딩의 모든 변형을 다 이겼다. 심지어 피라미딩은 최악의 손실까지 더 컸다. 조심하려고 나눠 넣는 방식이 오히려 더 크게 깨진 거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예쁜 논리가 데이터 앞에서 무너지는 걸 실시간으로 본 거니까.
왜 안 됐는지가 진짜 배움이었다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 이해했다. 이유는 두 개였다.
첫째, "2% 오르면 확인된 거다"라는 가정이 틀렸다. FTD가 실패하는 경우의 상당수가 손절당하기 전에 먼저 2%쯤 튀어오른다. 반등하는 척하는 거다. 그러면 피라미딩은 딱 그 꼭대기에서 본대를 추가로 밀어 넣고, 그 다음에 지수가 반락하면서 통째로 물린다. 확인이라고 믿은 신호가 사실은 함정이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자리가 절벽이었던 거다.
둘째, 내 손절선이 이미 너무 촘촘했다. 피라미딩은 손절이 헐거워서 크게 물릴 수 있을 때, 처음에 조금만 넣어서 위험을 줄이는 기법이다. 그런데 내 규칙은 신호가 찍힌 봉의 저점을 깨면 바로 자르는 구조라 손실이 이미 6% 언저리에서 막혀 있었다. 하방이 이미 막혀 있으면 나눠 넣을 이유가 없다. 나눠 넣으면 나중 물량을 더 비싸게 사서 오를 때 덜 먹을 뿐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피라미딩은 좋은 기법이다. 다만 내 상황에 맞는 기법이 아니었다. 손절이 촘촘한 신호에는 쓸 자리가 없다.
없는 지름길을 찾고 있었다

세 번의 백테스트를 돌리는 내내 나는 사실 같은 걸 찾고 있었다. 극대화. 이 얇은 신호를 크게 불릴 마법의 레버.
레버리지를 얹으면? 검증 안 된 전략에 레버리지는 실패했을 때 무너지는 길이라 접었다. 파는 방식을 바꾸면? 조금 나아지지만 마법은 아니었다. 나눠 사면? 오히려 나빠졌다.
상자를 열 때마다 금덩이가 아니라 팻말이 나왔다. 팻말에는 늘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지름길은 없다. 신호당 기대수익은 1%도 안 되고, 승률은 40% 아래고, 이 얇은 걸 규칙대로 반복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처음엔 실망스러웠는데, 세 번 다 같은 답이 나오니까 오히려 안심이 됐다. 극대화 기법이 없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니까. 이 게임의 정답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지루한 반복이었다.
그래서 규칙은 더 단순해졌다
신호가 뜨면 배정한 돈을 한 번에 넣는다. 나눠 넣지 않는다. 신호 봉의 저점을 종가로 깨면 자른다. 하락 신호가 쌓이면 청산한다. 레버리지는 없다.
딱 하나 예외를 뒀다. 실전 첫 몇 번은 소액으로 시작한다. 이건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백테스트는 내가 규칙을 100% 지킨다고 가정하지만, 나는 손절을 못 해서 자동화를 시작한 사람이다. 손이 규칙대로 움직이는 걸 몇 번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틀려도 덜 아픈 크기로 배운다. 데이터가 아니라 내 손을 검증하는 단계다.
남는 것
틀린 걸 발표하는 게 이상하게 개운하다. 만약 내가 피라미딩을 백테스트 없이 실전에 넣었으면, 언젠가 함정 꼭대기에서 본대를 밀어 넣고 크게 물린 다음에야 배웠을 거다. 그것도 내 돈으로. 백테스트가 그 수업료를 대신 내줬다.
이제 시스템은 정말 단순해졌다. 예쁜 논리를 하나 버리고 나니 남은 게 더 선명하다. 내일이 이 지수의 FTD 첫 판정일이다. 점등하면, 나눠 넣지 않고 규칙대로 넣는다. 그리고 그게 맞았는지는 매매일지에 남는다.
버린 전략도 기록으로 남긴다. 통한 것만 적으면 그건 일지가 아니라 자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