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수익이 실력인지 운인지, 26년 데이터한테 물어봤다
이 글은 개인 운영 기록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특정 종목의 추천이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고,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각자에게 있습니다.

이번 달에 돈을 벌었다. 폭락한 지수가 반등하는 구간에서 같은 종목을 다섯 번 사고 다섯 번 다 이겼다. 숫자로는 세전 삼백만 원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근거가 하나도 없었다. 그냥 빠지면 사고, 또 빠지면 샀다. "이쯤이면 오르겠지" 그 이상의 논리가 없었다. 다섯 번 이긴 게 기분은 좋은데 뒷맛이 이상했다. 이게 실력이면 다음 달에도 되어야 하는데, 나는 내가 왜 이겼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설명 못 하는 성공은 재현이 안 된다. 그래서 물어보기로 했다. 나 말고, 26년치 데이터한테.
질문을 규칙으로 바꾸기
"빠지면 산다"는 느낌이지 규칙이 아니다. 백테스트를 하려면 컴퓨터가 실행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꿔야 한다. 마침 나한테는 이미 만들어 둔 FTD 신호기가 있었다. 폭락 후 반등이 진짜인지 판별하는 오닐의 규칙인데, 이번 주에 원전이랑 대조해서 검증까지 끝낸 참이었다.
그래서 질문을 이렇게 고쳤다. 코스피가 고점에서 8% 넘게 빠진 국면에서, FTD가 점등한 다음 날 시가에 사고, 신호가 찍힌 봉의 저점을 종가로 깨면 손절한다. 이걸 2000년부터 2026년까지, 폭락과 반등이 있었던 모든 구간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데이터의 첫 번째 대답: 절반 넘게 진다

6685일치를 돌렸더니 신호가 44번 나왔다. 결과는 이랬다.
승률 41%. 다시 말해 열 번 사면 여섯 번은 손절이다. 흔히 "FTD의 절반은 실패한다"고 하는데, 코스피 실측은 그보다도 나빴다. 신호 하나당 기대값은 겨우 +0.73%. 수수료 떼면 거의 본전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걸 하나 확인했다. 이번 주에 내 봇이 원전이랑 다른 부분(거래량 조건이 빠져 있었다)을 찾아서 고쳤는데, 그 거래량 조건 하나가 기대값을 네 배로 올렸다. +0.17%에서 +0.73%로. 규칙 한 줄의 무게가 이렇게 다르다.
어쨌든 첫 번째 대답은 분명했다. 내 다섯 번의 승리는 실력이 아니었다. 폭락 뒤 반등 구간에서는 아무 데나 사도 대부분 오른다. 나는 그 파도를 다섯 번 탔을 뿐이고, 표본 다섯 개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 냉정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두 번째 대답: 돈은 사는 데 있지 않고 파는 데 있다
그럼 이 얇은 신호로 뭘 할 수 있나. 진입을 똑같이 두고 파는 방법만 다섯 가지로 바꿔서 다시 돌렸다.
+5%에서 익절, +8%에서 익절, 고점 대비 8% 빠지면 추적 손절, 하락 신호가 쌓이면 청산, 그리고 그냥 오래 들고 버티기.
여기서 진짜 배운 게 나왔다. 빨리 익절할수록 승률은 높은데 큰 걸 다 놓친다. 2020년 코로나 바닥에서 +5%에 팔았으면 그 뒤 두 달 +25%를 버린 거고, 올해 3월 급등장은 통째로 놓친 거였다. 반대로 오래 버티는 전략은 평균 수익이 제일 높았지만, 열 번에 여덟 번을 지면서 가끔 한 방으로 메꾸는 구조라 최악의 순간에 -16%까지 빠졌다. 손절을 못 해서 자동화를 시작한 내가 절대 못 버틸 방식이다.
결국 골랐다. 하락 신호가 다섯 개 쌓이면 청산하는 방식. 평균 수익 2등에, 큰 추세는 어느 정도 따라가면서, 최악의 손실은 감당 가능한 선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내가 지킬 수 있는 규칙이다.
세 번째 깨달음: 작게 틀리고 크게 맞기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에 왔다. 어떤 방식으로 팔든, FTD 하나만으로는 이 게임이 대박이 안 난다는 것. 진입 신호 자체의 엣지가 얇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서 수익이 커지나. 정찰과 본대를 나누는 데 있었다. 신호가 뜨면 먼저 소액만 보낸다. 이게 정찰병이다. 틀리면 정찰병만 잃으니까 손실이 작다. 신호가 맞아서 확인이 되면 그때 본대를 보낸다. 작게 틀리고 크게 맞는 구조. 이게 오닐이 백 년 전에 정리한 방식인데, 데이터를 다 돌리고 나서야 왜 그게 정답인지 몸으로 이해했다.
내가 이번 달에 한 건 정확히 반대였다. 확신도 없이 처음부터 크게 넣고, 조금 먹으면 바로 팔았다. 운이 좋아서 다섯 번 다 맞았을 뿐, 한 번만 크게 틀렸어도 다 토해냈을 방식이다.
그래서 규칙은 이렇게 정했다
지수 ETF를 쓴다. 개별주는 세금도 붙고 종목 자체의 리스크가 시장 신호랑 안 맞는다. FTD가 점등하면 먼저 파일럿으로 소액만 산다. 며칠 뒤 확인되거나 후속 신호가 나오면 그때 증액한다. 신호 봉의 저점을 종가로 깨면 손절하고, 하락 신호가 쌓이면 청산한다.
레버리지는 안 쓴다. 검증 안 된 전략에 레버리지를 얹는 건 실패했을 때 배우는 대신 무너지는 길이다. 이 규칙셋이 충분히 검증되고 지수가 장기 상승 구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봉인이다.
무엇보다, 이번 달처럼 감으로 크게 지르는 짓은 안 한다. 다섯 번 이긴 기억이 제일 위험하다. 그게 "나 좀 하네"라는 착각을 만들고, 그 착각이 여섯 번째에 계좌를 부순다.
남는 것
수익이 났으면 방식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나는 내 방식에 미련이 없다. 이번 달 삼백만 원은 운이었고, 운은 통장에 남지만 실력으로 착각하면 다음 달에 그 이상을 가져간다.
내일이 마침 이 지수의 FTD 첫 판정일이다. 점등하든 실패하든, 이번엔 감이 아니라 규칙이 결정한다. 그리고 그 규칙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매매일지에 그대로 남는다. 거기서 내가 보는 숫자는 수익률이 아니라 규칙을 몇 번 어겼느냐다.
다음 글은 피라미딩을 백테스트한 결과가 될 것 같다. 작게 틀리고 크게 맞는 게 데이터에서도 진짜 통하는지, 그것만 확인하면 이 시스템은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