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봇에서 뺀 1000달러, 수익이 아니라 스킬을 사기로 했다
이 글은 개인 기록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저는 라이선스 있는 투자 자문가가 아니고, 아래는 제 돈을 두고 제가 고민한 과정일 뿐입니다. 판단과 책임은 각자에게 있습니다.

파밍 봇을 하나 접었다. 두 계정으로 델타 뉴트럴 포지션을 잡아서 거래량 포인트를 모으는 봇이었는데, 오늘 상태를 열어보니 눈이 멀어 있었다. Cloudflare를 뚫으려고 띄워둔 브라우저 세션이 죽어서 포지션도 시세도 못 읽고 있었다.
사실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 이 봇은 여러 번 갈아엎었고 그때마다 취약한 구조 때문에 죽었다. 유지에 손이 계속 갔고, 두 계정 사이 잔고가 쏠릴 때마다 수동으로 리밸런싱을 해줘야 했다. 그렇게 고생하는데 정작 쌓이는 포인트는 미미했다. 자본은 천 달러쯤 묶여 있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돈이 묶이고, 손이 계속 가고, 보상은 유령 같은 것. 이건 그냥 함정이었다. 그래서 접기로 했고, 묶여 있던 천 달러를 어디에 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질문을 바꿔야 했다
처음엔 "이 돈으로 어디서 수익을 낼까"를 물었다. 그런데 곧 그게 틀린 질문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이미 크립토 자산이 어느 정도 있고 비트코인을 꾸준히 사 모으는 중이다. 그 옆에서 천 달러는 수익률로 따지면 있으나 마나 한 크기다. 천 달러로 연 10퍼센트를 벌어봐야 백 달러다. 그걸 위해 또 봇을 붙들고 씨름하면 방금 접은 함정을 그대로 반복하는 거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이 돈은 얼마를 벌 수 있나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돈인가.
답은 의외로 분명했다. 나는 요즘 온체인을 직접 읽는 법을 배우고 있고, 그걸 위한 도구도 직접 만들었다. 지갑을 추적하고 누가 벌고 물렸는지 계산하는 툴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전부 남의 지갑을 구경만 했다. 내 실제 자본이 그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천 달러는 수익 엔진으로는 작지만, 배우기에는 충분히 큰 돈이다.
멀티 AI한테 물어봤다
혼자 결론 내리기 전에, 늘 쓰는 멀티 AI 토론 도구에 이 상황을 그대로 던졌다. 방금 접은 봇의 교훈까지 프로필에 넣어서, 그 함정을 반복하는 방법은 감점하라고 했다.
돌아온 결론의 뼈대가 마음에 들었다. 천 달러는 수익 엔진이 아니라 프로브다. 너무 작아서 수익률은 무의미하니, 이 돈의 유일한 정당성은 재현 가능한 온체인 스킬을 사는 것이다. 즉 방금 내가 만든 분석 도구에 이 돈을 먹여서, 읽는 눈과 실제 자본이 같이 자라게 하는 것.

하지 말라고 나온 것들부터
재미있게도, 하지 말 것 목록이 더 선명했다. 전부 방금 접은 봇의 함정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들이었다.
포인트 파밍은 다시 하지 않는다. 손이 계속 가고 보상이 유령 같은 그 구조 자체다. 또 다른 델타 뉴트럴도 안 한다. 방금 데었다. 집중 유동성 공급 같은 것도 뺐다. 가격이 움직일 때마다 구간을 다시 맞춰줘야 하는 리밸런싱 트레드밀이라, 이것도 결국 손이 계속 가는 함정이다. 노드나 밸리데이터는 천 달러로는 부족하고 유지도 무겁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매일 손이 가야 하는 건 전부 탈락. 방금 그거 때문에 접었으니까.
남은 방향
정리된 방향은 세 갈래였고, 수익이 아니라 역할로 나뉜다. 그런데 처음 이 글을 썼을 때 나 자신도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건데"가 흐릿했다. 그래서 한 겹 더 파고들어서, 실제로 무엇을 만들고 어떤 순서로 밟을지를 적어둔다.
핵심: 카피가 아니라 검증 봇이다
가장 핵심은 내가 읽은 지갑을 실제로 따라가 보는 봇이다. 그런데 이름을 "카피 봇"이라고 부르면 오해가 생긴다. 무작정 누굴 따라 사는 게 아니라, 읽는 눈을 실제 돈으로 시험하는 검증 장치다. 다섯 단계로 돈다.
첫째, 발굴. 이미 만든 온체인 도구로 한 코인이나 한 체인에서 지갑들의 손익을 뽑는다. 여기서 "사기만 하고 안 파는 호구"는 버리고, 사고팔아서 실제로 번 지갑, 그러니까 IN과 OUT이 다 있고 손익이 플러스인 지갑만 후보로 남긴다.
둘째, 검증. 이게 제일 중요하다. 후보 지갑이 과거에 산 신호들을 그대로 따라 샀다고 가정하고, 그게 실제로 돈이 됐을지를 내 손익 계산 도구로 되돌려본다. 몇 번 운 좋게 이긴 지갑은 여기서 걸러진다. 이 관문을 통과 못 한 지갑은 아예 따라 사지 않는다. 얼마 전에 내가 배운 교훈, 다섯 번 이긴 게 실력이 아니라 운일 수 있다는 그 이야기를 코드로 박아두는 층이다.
셋째, 감시. 검증을 통과한 소수의 지갑만, 그 지갑이 새로 뭔가 사는지를 계속 지켜본다. RPC로 그 지갑의 최근 거래를 주기적으로 읽으면 된다.
넷째, 미러. 감시하던 지갑이 사면, 아주 작은 고정 크기로 따라 산다. 그리고 반드시 손절선을 미리 박아둔다. 이 봇의 유일한 판단은 "따라 살까 말까"뿐이고, 두 계정 사이 잔고를 맞추는 리밸런싱 같은 건 아예 없다. 그래서 손이 안 간다.
다섯째, 기록. 모든 체결을 자동으로 일지에 남긴다. 여기서 나온 데이터가 온체인 읽기 연재의 다음 재료가 된다.
나머지 두 조각
두 번째는 노는 돈을 그냥 예치해두는 저유지 앵커다. 검증을 통과한 지갑이 없거나 봇이 놀고 있을 때, 남은 돈이 아무 데도 안 들어가 있으면 자꾸 뭔가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머지는 렌딩 프로토콜에 스테이블코인으로 예치해서 지루하게 묶어둔다. 그 조바심을 죽이는 게 목적이라, 지루함이 여기선 기능이다.
세 번째는 아주 작은 돈으로 하는 학습용 실험이다. 수익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온체인 깊은 쪽을 극소액으로 건드려보며 배우는 용도다. 예를 들면 봇들이 서로의 거래에 끼어드는 걸 탐지하는 실험 같은 것. 백 달러쯤은 이렇게 "공부값"으로 태워도 괜찮다고 정했다.
순서: 돈은 맨 마지막에 들어간다
방향만큼 중요한 게 순서다. 실제 자본은 검증이 끝나기 전까지 한 푼도 안 넣는다.
먼저 봇에서 포지션을 정리하고 자본을 회수한다. 그다음 내 도구를 지갑 발굴과 검증까지 되게 확장한다. 이 단계는 돈이 안 든다. 검증 로직이 서면, 실제 돈 없이 "봇이라면 지금 이걸 샀을 것이다"를 로그로만 찍어보며 실제 결과랑 맞춰본다. 이것도 돈이 안 든다. 여기까지 통과하면 그때 처음으로 아주 작은 돈, 오십에서 백 달러쯤을, 검증된 지갑 하나에만 넣고 일주일을 손 안 대고 굴려본다. 그게 견디면 육백 달러 한도 안에서 조금씩 키우고, 그 과정을 글로 쓴다.
정리하면 이렇다. 도구 확장은 공짜, 검증도 공짜, 종이 시뮬레이션도 공짜. 실제 돈은 그 세 관문을 다 통과한 다음에야, 그것도 소액으로. 이렇게 짜면 설령 첫 지갑이 꽝이어도 잃는 건 수업료 수준이고, 도구와 데이터는 남는다.
정직하게, 이건 수업료다
여기서 나 자신한테 솔직해야 한다. 저 카피 봇이 제일 끌리지만 함정이 하나 있다. 얼마 전에 내가 스스로 배운 교훈, 다섯 번 이긴 게 실력이 아니라 운일 수 있다는 그 이야기가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승자로 보이는 지갑이 사실은 운 좋았던 것뿐이면, 그걸 따라 사는 건 늦게 들어가서 물리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따라 사기 전에 "이 지갑의 신호가 진짜인가"를 내 손익 계산 도구로 먼저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천 달러는 작아서, 가스와 슬리피지가 엣지를 다 먹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여기서 나올 수익은 기대하지 않는다. 이건 수익이 아니라 수업료다.
대신 조건을 하나 걸었다. 뭘 돌리든 일주일 이상 손 안 대고 굴러가야 하고, 모든 체결이 자동으로 기록돼야 한다. 그러면 설령 손익이 0으로 끝나도 온체인 읽기 연재에 쓸 데이터가 남는다. 돈은 못 벌어도 배움과 글은 남는 구조.
결국 이 천 달러의 진짜 목적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방금 배우기 시작한 온체인 읽는 눈을 실제 판돈이 걸린 상태에서 시험해보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 그게 방금 접은 봇이 나한테 가르쳐준 교훈이기도 하다. 묶이고 손 가고 보상 없는 것 말고, 배움이 남는 쪽으로.
아직 돈은 봇에서 빼지도 않았다. 다음 글은 실제로 포지션을 정리하고, 저 카피 봇의 첫 조각을 만들어보는 기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