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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코딩 기록

1월에 파이썬이 뭔지 몰랐던 내가 4월에 봇 5개를 24시간 돌리게 된 이야기

2026-04-23바이브코딩회고자동화Claude

1월 17일, 처음으로 터미널을 열었다.

검은 화면에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뭘 쳐야 하는지 몰랐다. Claude한테 "BTC 가격 알려주는 거 만들어줘"라고 입력했고, 30분 뒤에 텔레그램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날아왔다. 내가 한 건 코드를 복붙하고 파일을 저장한 것뿐이었다. 그래도 그날 밤 GitHub에 처음으로 코드를 올렸고, 내 코드가 인터넷에 올라갔다는 게 신기해서 잠을 못 잤다.

지금은 4월이다. 맥미니 서버에서 봇 5개가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밖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3개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써본다.


처음 한 달은 빠른 게 함정이었다

Claude Code와 같이하면 뭐든 빠르게 만들어진다. 첫날 텔레그램 봇, 둘째 날 포트폴리오 사이트, 셋째 날 실시간 대시보드. 뭔가를 만든다는 게 이렇게 쉬운 건가 싶었다. 그래서 욕심이 생겼다. 자동매매 봇을 만들고 싶었다.

Nado라는 DEX에서 BTC를 자동으로 사고파는 핑퐁 봇. 로직은 단순했다. 가격이 일정 범위 위로 가면 팔고, 아래로 가면 사고. 근데 API 인증 방식, 헤더 포맷, 에러 처리, 레이트 리밋... 아무것도 몰랐다. 매일 에러 메시지를 복붙하면서 물어봤다. 2주 만에 실전 가동됐다.

그때 처음 알았다. 빠르게 만드는 것과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다르다는 걸.


맥북을 닫으면 봇이 죽었다

봇이 돌아가다가 맥북 덮으면 꺼졌다. 자려고 덮으면 봇이 죽었다. 나가면 아무것도 안 돌아갔다. 서버라는 게 필요했다. 클라우드 서버를 알아봤는데 월 몇만 원이 나왔고, 뭔가 설정이 복잡해 보였다.

그래서 중고 맥미니 M2를 45만원에 샀다.

처음에 집에 있는 무선 공유기 옆에 놓고 랜선 꽂았다. SSH로 맥북에서 접속하는 법을 배웠다. LaunchAgent가 뭔지 배웠다. 컴퓨터가 켜지면 자동으로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주는 macOS 기능이었다. plist 파일 형식이 낯설었지만 Claude가 하나씩 알려줬다.

지금 그 맥미니에는 봇이 5개 올라가 있다. 자동매매 봇, 에어드랍 파밍 봇, AI 비서 봇, 펀딩비 차익 봇, 블로그 자동화 봇. 내가 뭘 하든 상관없이 그냥 돌아간다. 처음 서버가 혼자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 묘하게 뿌듯했다.


삽질도 자동화가 된다

Ink Chain이라는 블록체인이 있다. Kraken이 만든 L2인데, 에어드랍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계정 30개를 만들어서 매일 자동으로 트랜잭션을 찍는 봇을 만들었다. 온체인 GM 찍고, ETH를 USDT로 스왑하고. 매일 똑같이.

어느 날 트위터에서 글 하나를 읽었다.

"반복적이고 동일한 트랜잭션은 저품질 신호다. 농부처럼 생각하지 말고 유저처럼 행동하라."

뜨끔했다. 내 봇 30개가 매일 아침 9시에 일어나서 똑같이 GM 찍고, 똑같이 스왑하고 끝냈다. 프로토콜 입장에서 보면 스크립트 봇 그 자체였다.

코드를 뜯어고쳤다. 액션 풀을 5개로 늘리고, 매일 랜덤으로 1~2개를 골라서 실행하게 했다. 역방향 스왑도 추가했다. 15% 확률로 하루 아예 쉬는 로직도 넣었다. 매일 100% 실행이 오히려 이상하니까. 이제 계정마다 다른 행동을 한다.

그날 오후에 계정 20개 잔액이 0인 걸 발견했다. 가스비로 다 날린 것. 성공 TX 카운트만 보고 있었지 실패 로그를 안 봤던 거다. 0.1 ETH를 분배 스크립트로 20개 계정에 다시 뿌렸다. 이것도 자동화했다.

삽질도 자동화가 된다.


실패한 것들

업비트 상장 알림 봇을 만들려고 했다. 새 코인 상장되면 1초라도 빨리 사면 수익이 나니까. 근데 업비트는 공지 API를 공개하지 않는다. 포기했다.

펀딩비 차익 봇도 만들었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했다. 실제로 돌려봤더니 수수료가 수익을 다 먹었다. 지금은 중단 상태다.

iOS 앱도 두 개 만들었는데 앱스토어에 올리지 못하고 방치 중이다.

만든 것마다 다 된 건 아니었다. 근데 안 되는 이유를 알게 되는 것도 배움이었다. "이건 안 되는 구조구나"를 아는 것도 실력이다.


3개월 동안 진짜로 달라진 것

코드는 여전히 혼자 잘 못 짠다. for문도 가끔 헷갈린다. 그건 솔직히 별로 안 늘었다.

달라진 건 "상상"이 된다는 거다.

예전엔 자동화라는 단어 자체가 남의 세계였다. 지금은 뭔가 불편하면 '이거 자동화할 수 있지 않나?'가 먼저 나온다. 그리고 실제로 만들어본다.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안다.

이게 3개월 동안 진짜로 생긴 변화다.


바이브코딩이 뭐냐고 묻는다면.

코딩을 배우는 게 아니라,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과정에서 코딩이 따라오는 것. AI한테 물어보면서 만들고, 에러 나면 에러 복붙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코드가 낯설지 않아진다.

처음부터 문법 배우고, 자료구조 배우고, 알고리즘 배우고... 그 길로는 나는 못 갔을 것 같다. 재미가 없어서.

3개월 전의 나한테 말해주고 싶다.

파이썬 몰라도 된다. 뭘 만들고 싶은지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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