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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코딩 기록

내 게임을 내가 플레이테스트했더니 15문항 중 12개가 빨간불이었다

2026-07-07코인던전게임개발플레이테스트온보딩UX

이 글은 개인 개발 기록입니다.

봇만 만들던 내가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코인던전 — 크립토 개념을 몬스터로 만든 카드 덱빌더다. 슬리피지는 큰 공격이 미끄러지는 슬라임, 청산은 레버리지 쓰면 두 배로 무는 늑대. "게임을 깨면 크립토를 저절로 알게 된다"가 목표였다.

며칠 만에 도메인 사고, 아트 붙이고, 손맛(히트스톱·청산 시네마틱)까지 넣었다. 커뮤니티에 뿌리기(시딩) 직전이었다.

그 전에 딱 한 번, 내가 직접 플레이해봤다.

막연한 "어때?"로는 피드백이 안 나온다

내 게임을 내가 평가하는 건 이상하게 어렵다. 다 아니까. 그래서 15문항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첫인상, 난이도, 교육 전달, 손맛, 버그… 항목마다 점수와 한 줄 코멘트.

결과는 처참했다.

| 항목 | 내 답 | |---|---| | 뭘 하는 게임인지 감이 왔나 | 전혀 안 옴 | | 규칙을 스스로 파악했나 | 어렵다 | | 비주얼 첫인상 | "AI로 대충 뽑았네" | | 몬스터 공략이 됐나 | 전혀 안 됨 | | 게임 후 크립토 개념 이해됐나 | 하나도 안 됨 | | 손맛(주스) | 나름 임팩트 있음 ✅ |

15개 중 12개가 빨간불. 유일한 긍정은 타격 연출뿐이었다.

충격은 "이미 예언돼 있었다"는 것

며칠 전, 나는 이 게임의 방향을 정하려고 AI 4명한테 서로 다른 관점을 주고 토론을 시켰다. 게임 개발자, 교육 설계자, 그로스 해커, 현실주의자. 그때 교육 설계자 역할의 AI가 이렇게 진단했다.

"그리드 아일랜드 원칙(이기려면 개념을 이해해야만)이 절반만 구현됐습니다. 배움이 전부 '죽었을 때'만 나옵니다. 잘 배워서 이긴 플레이어일수록 개념 이름을 한 번도 못 보고 지나갑니다."

플레이테스트의 "공략이 안 됨 / 교육 0"이 정확히 이거였다. 몬스터의 행동 규칙 자체는 크립토 개념 그대로 만들었는데, 그걸 유저에게 말로 알려주는 층이 통째로 없었다. 나는 만든 사람이라 "슬라임은 큰 공격이 미끄러지니까 작게 쳐야지"를 알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그냥 얻어맞다가 죽는다.

교육 게임인데 아무도 안 가르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시딩을 미뤘다

원래 다음 날 커뮤니티에 뿌릴 계획이었다. 근데 개발자 본인이 이 정도로 부정적이면, 처음 보는 사람은 더 냉정하다. 첫인상은 한 번뿐인데 이 상태로 뿌리면 "AI 대충 게임" 낙인 찍히고 끝이다.

총알을 허공에 쏘는 대신, 총구를 고치기로 했다.

온보딩을 두 겹으로 재건했다

1겹 — 공략 힌트

새 몬스터를 처음 만나면, 전투 시작 전에 **"이 몹은 이렇게 잡는다"**를 띄운다.

⚠️ 새 몬스터 출현
🫠 슬리피지 슬라임

💡 공략
큰 한 방은 미끄러진다(50% 손실).
작은 공격 여러 번으로 쪼개 쳐라.

[⚔️ 전투 시작]

이게 핵심이다. 개념(슬리피지)이 공략법으로 각인된다. 죽어야 배우던 걸, 싸우기 전에 배운다. 두 번째 만남부터는 작은 배너로만 잠깐 리마인드해서 안 거슬리게 했다.

2겹 — 조작 코치마크

첫 전투 첫 턴에만, 화살표 세 개가 뜬다.

  • 👆 여기가 몬스터의 다음 행동(인텐트)
  • 👇 카드를 탭해서 먼저 쳐
  • 👉 에너지 다 쓰면 턴 종료

카드를 한 장 내면 사라진다. 한 번 배우면 다시 안 보인다.

배운 것

만든 사람은 자기 게임의 온보딩을 평가할 수 없다. 다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체크리스트로 강제로 "처음 보는 사람"의 눈을 흉내 내야 했다. 막연한 자평은 "그래도 괜찮은데?"로 끝나지만, 15개 항목으로 쪼개니 12개의 빨간불이 정직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하나 더. 문제는 게임이 못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전달"이 안 된 거였다. 엔진도 있고 손맛도 있는데, 유저에게 규칙과 의미를 전하는 층이 비어 있었다. 갈아엎을 필요는 없었다. 비어 있는 층을 채우면 됐다.

시딩은 온보딩이 실제로 통하는지 확인한 다음이다. 이번엔 총구를 보고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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